한국어문회 한자능력시험 국가공인 1급을 현대중공업 朴東煥(박동환) 부장(전전시스템 공사지원부) 부자가 나란히 합격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학자이자 서당훈장이었던 증조부로부터 千字文(천자문), 童蒙先習(동몽선습), 明心寶鑑(명심보감) 등을 공부한 아버지 朴東煥 부장(52세)과 아들 在午(재오) 씨(26세)는 지난 6월 발표된 한국어문회 주관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에 나란히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자능력 1급은 한자급수 11급 가운데 최고 등급으로 5000자 정도의 한자를 자유자재로 읽고 쓸 수 있어야만 합격할 수 있습니다.
7살 때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 서예를 통해 한자를 익혔던 在午 씨는 한자 읽기와 쓰기에서 막힘이 없는 아버지의 도움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영향 또한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어머니 申吉容(신길용) 씨(49세)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는 물론이고 편지글인 봉서체와 사군자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서예솜씨를 가지고 있는데, 개천예술제 특선을 비롯 대한민국 서예대전, 부산미전 등에서의 수상 경력도 화려합니다.
申吉容 씨의 조부가 성균관에서 문집을 펴낼 정도로 알려진 명필가 省齊(성제) 申警澈(신경철) 한학자이며, 그의 필법을 이어받은 靑坡(청파) 申相墩(신상돈, 前창원시장)이 바로 申吉容 씨의 아버지라고 하니, 내력있는 한자의 名家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풍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한자와 가까이 지냈지만 본격적으로 서예를 익히기 시작한 건 아들 在午 씨의 태교를 위해서였다는 어머니 신씨. 신씨의 스승 밑에서 서예를 배운 것 외에는 특별히 한자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다는 在午 씨의 첫 한자 교육은 바로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셈입니다.
동몽선습과 명심보감 등을 교재로 한자를 공부했다는 아버지 朴東煥 씨는 “한자 교육을 통해 오늘날 사라져가고 있는 忠, 孝, 禮 등 주요 덕목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며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자를 익히면서 그 속에 담긴 정신을 함께 배울 수 있기 때문.
현재 한자 학습지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 在午 씨는 “부쩍 높아져 가는 한자에 대한 관심은 고무적이지만,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문제풀이식 암기에 국한된 한자 공부에는 반대한다”며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