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점유율 14%로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22년 연속 전 세계 최우수 선박상을 수상, 질과 양 모두 1등이라는 평가다.
올해 건조할 선박은 모두 70척. 엄청난 양이다. 매주 1.5척씩을 건조해 선주들에게 인도해야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정도(精度)관리’ 즉 정밀도와 정확도 관리에 있었다. 강재절단부터 선박인도까지, 필요한 때에 한치 오차 없는 초정밀 작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능인력들 역시 ‘정도 관리’ 덕에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며 빈손을 놀리지 않아요. 중국이 마지막까지 한국을 못 따라잡는다면 이유는 현대중공업의 정도관리와 기능공들의 우수한 손 기술 때문일 겁니다.” 정욱근 기술교육원장의 설명이다.
배의 생명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도장(塗裝)작업이다. 야드 한쪽 선행도장부.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 마치 우주인 모습인 한 도장사가 스프레이 건을 잡고 특수 페인트 포말(泡沫)을 강판에 흩날린다. 순간순간의 스프레이 기술이 예사롭지 않다. “기계요? 영원히 불가능할 겁니다. 0.6~0.7㎜의 두께를 다섯 차례에 나누어 서로 다른 색상으로 페인팅해야 하거든요. 60여명의 도장사 손 기술을 그래서 ‘신의 손’이라고 해요.”(선행도장부 황성규 부장) 스프레이 건으로 0.15㎜를 분사할 수 있는 사람만이 도장사 호칭을 받는다. 다섯 차례나 나눠 도장하는 이유는 매회 칠해지는 도료의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 1~2회는 녹방지용 도료를, 4~5회는 방오 도료라 해서 각종 해초류가 붙지 못하도록 하는 특수도료를 칠한다. 도장 장인들은 그래서 ‘색의 마술사’라 불린다.
대형엔진조립장. ‘1647’ 선박용 대형엔진을 조립하는 곳이다. 1647호는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엔진은 높이 10m에 길이 25m로 3층 건물 한 채 크기다. 엔진의 패널-1 부위. 엔진 공기주입 통제장치들이 8~9㎜ 굵기의 배관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배관장치만 엔진당 수천 개에 달한다. 엔진조립 기간은 딱 한 달. 이 역시 모두 수작업이다. “오로지 기능인력들의 손으로만 작업이 가능합니다.” 대형 조립1부 유영만 기사의 얘기다.
수십만t짜리 배 한 척은 1만3000~1만5000개에 달하는 각종 배관이 씨줄 날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나의 배관을 연결하려면 평균 8개의 볼트 너트가 소요되고 그만큼 사람 손이 갈 수밖에 없다. 배 한 척당 최대 12만 번의 수작업이 소요되는 셈. 배관연결 작업은 대충 이뤄지는 게 아니다. 기술교육원 이동섭 차장은 “너무 강하거나 느슨하면 안 돼요. 손끝의 정밀한 감각이 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선박의 내·외부는 후판(厚板)이라는 선박건조용 철판의 이음작업의 결과다. 수천, 수만개 철판을 이어붙이는 작업이 바로 용접. 선박 바깥부분은 기계용접으로 작업하지만 더 중요한 내부 용접은 모두가 사람의 수작업이다. 손 감각이 요구되는 선박 내부 용접이 기계용접부위보다 훨씬 정교하고, 강해야 한다는 설명. 그렇지 못할 경우 배의 수명(20~30년)을 다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1등의 신화(神話)는 없어요. 모두가 기술자라는 자부심에 어느 일을 맡겨도 제때에 척척 해내는 우수한 손 기술의 장인들이 많은 것뿐입니다.” 정재헌 문화부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