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호 9단을 배출한 이후 27년 동안 침묵을 지키던 울산 바둑계가 마침내 또 한명의 프로 바둑 기사(棋士)를 배출했습니다.
주인공은 올해 17세인 박승화(朴承華/ 충암고 3년)君으로 현대중공업 로봇시스템기술부에 근무하는 박경독 부장(朴敬篤)의 차남입니다.
박 군은 최근 한국기원이 올해 첫 실시한 프로 선발에서 내신 성적 1위에 올라 원하던 프로 바둑 기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한국기원은 올해 모두 9명(남 7명, 여 2명)의 프로기사를 선발할 예정 인데, 박 군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프로 입단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이 같은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번 박 군의 프로 입단으로 경사가 난 곳은 바로 울산 바둑계.
지난 79년 양재호 9단이 프로에 입단 한 이후 무려 27년 만에 프로기사를 배출했습니다.
울주군 웅촌면 곡천리가 고향인 박 군은 화정초등학교(울산시 동구) 1학년 때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한마음회관 바둑교실에서 처음 바둑을 배웠습니다.
바둑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던 박 군은 5학년 때 인 99년 5월 울산 지역 방송국이 주최한 어린이 바둑대회에 나가 최고위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바둑 수업을 위해 그해 8월 서울로 올라와 허장회 9단이 운영하는 바둑도장에 입문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01년 9월에는 한국기원 연구생 10조에 선발되었고 이듬해에 5조, 2004년에는 프로 입단이 가능할 정도의 기력 수준인 1조에 진입하는 등 실력이 일취월장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한국기원이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7개월간의 연구생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올해 첫 1명을 선발하기 위한 프로입단 심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프로 입단이 확정됐습니다.
본격적인 프로 바둑기사의 길을 걷게 된 박 군은 “이창호 9단과 같은 세계적인 프로기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소감을 밝힌 뒤 “앞으로 바둑기력 증진에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