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최대기업인 현대삼호중공업(대표이사 : 강수현 사장)이 올해 단체교섭을 사상 최초로 무분규로 잠정 합의, 협력적 노사문화 정착에 디딤돌을 놓았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는 17일 15차 협상에서 ▲기본급 90,000원 인상 ▲성과금, 통상임금 330% ▲노사화합 격려금, 통상임금 기준 200% ▲생산성 향상 격려금, 통상임금 100% 지급 등에 합의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18일 오후 조합원 총회에서 찬성으로 가결되면, 현대삼호중공업은 16년만에 처음으로 분규 없이 임금교섭을 마무리 짓는 셈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삼호조선소가 착공된 지난 92년 이래 지난해까지 15년간 매년 파업을 전개해 왔으며, 전체 파업일수는 1년 2개월에 달하는 424일에 이른다.
특히, 지난 99년에는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79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이기도 했으며, 해마다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와는 무관한 각종 정치파업을 벌여 지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올해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 짓기까지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파업반대 목소리가 큰 힘이 되었다.
지난 5월 임금협상 상견례를 가졌던 이전 노조 집행부는 협상기간이었던 6월 명분 없는 ‘한미 FTA 반대파업’을 강행하려 했으나, 조합원들의 강한 반대여론에 밀려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게 되었으며, 8월 노조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김병수 지회장)가 들어서게 됐다.
새로 들어선 5기 집행부는 그동안의 강경 투쟁방식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조합활동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노사문화로 안정된 회사를 가꾸어 가는 것이 전체 조합원에게 득이 된다는 생각으로 단체협상에 임해 16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파업 없이 2007년 노사협상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대부분의 조선기업들이 노사화합 무드로 상생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삼호중공업은 고질적 분규사업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매년 20%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세계 5위의 조선기업으로 위상을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재발하는 만성적 노사분규는 회사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은 회사의 비약적 발전을 향한 전환점이자, 서남권의 산업평화를 다지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만성 분규의 악순환을 끊은 회사와 노동조합에 깊은 신뢰를 보냈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광주 전남에 본사를 둔 최대기업인 현대삼호중공업이 분규사업장의 오명을 벗고 상생과 협력적 노사문화로 돌아선 것은 지역내 투자유치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특히 전남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선클러스터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