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국땅에서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두 명의 베트남인이 중상을 입은 한 시민의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주)현대미포조선에서 산업연수를 받고 있는 보꾹선씨와 응웬찌다이씨. 이들은 지난 4월 28일 밤 11시경 고향의 가족에게 전화를 한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알 수 없는 신음소리를 들었다.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을 직감한 이들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급히 달려갔고, 길가 옹벽 아래 어둠 속에서 사람의 발을 발견했다.
이들 연수생은 근처를 지나는 사람에게 119에 전화를 해 줄 것을 부탁했고, 구급차가 도착해 무사히 구조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켰다. 이후 피해자는 곧바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목뼈 부상으로 인한 사지 마비 등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날 사고를 당한 사람은 인근에 호프집을 운영하는 주민 김금석씨로, 귀가중 옹벽 아래로 떨어져 목뼈가 손상된 채 1시간쯤 방치돼 있다 이들에게 발견됐던 것. 더욱이 인적이 드문 시간이라 이들 두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칫 생명까지 위급한 상황이었다.
사고 이후 1달여간 입원 끝에 건강을 다소 회복한 김씨는 퇴원하자마자 당시의 은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이들이 현대미포조선 연수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5월 30일 회사 측의 협조로 마침내 생명의 은인인 베트남인들을 만난 김씨는 이날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하며 “무어라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감사의 뜻으로 작은 선물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김씨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국적을 떠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고 당하신 분이 건강을 되찾으셔서 정말 다행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입국해 연말께 출국하는 보꾹선씨는 고향 베트남에서도 사고를 당한 사람을 구한 경험이 세 번이나 있다는 ‘선행맨’.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 교육을 통해 응급상황에서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에 차분한 대응이 가능했다.